AI 규칙을 누가 쓰느냐 — 그 싸움이 드디어 '기구' 단위로 올라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 17일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operation Organization)'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기구는 전날인 7월 16일 정부 간 국제기구 형태로 정식 결성됐으며, 본부는 상하이에 두기로 했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창립 회원 29개국, 명단이 곧 메시지다
창립 회원국은 29개국으로, 인도네시아·브라질·말레이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세네갈·러시아·파키스탄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기구의 공식 목표는 국가 간 AI 규제 협력을 촉진하고, 이 기술이 인류에게 안전하고 이롭게 쓰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AI 발전은 한 나라의 독주가 아니라 국제 협력의 교향곡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 중국은 향후 5년간 개발도상국에 5000명 규모의 AI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아세안·아랍연맹·아프리카연합·브릭스 등과 AI 응용 협력센터를 세우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미국의 '팍스 실리카'에 대한 응답
이번 기구 창설은 미국이 주도해 온 'Pax Silica(팍스 실리카)' 구상 — 동맹국 중심으로 AI 공급망 협력을 묶는 미국 측 이니셔티브 — 에 대한 중국의 대응으로 읽힌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됐다. 즉 모델 성능 경쟁이 아니라 '표준과 규칙'을 어느 진영이 쥐느냐의 게임이 본격화한 셈이다.
다만 WAICO가 실제로 구속력 있는 규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창립 회원국 상당수가 AI 개발 역량보다 도입 수요가 큰 나라들이어서, 초기에는 규제 기구보다 기술 지원·인재 양성 플랫폼에 가까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마치며
AI 경쟁의 무대가 모델에서 제도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처럼 반도체·모델·서비스에 모두 걸쳐 있는 나라는 어느 한쪽 표준에만 발을 담그기 어렵다. WAICO의 실제 권한과 미국 진영의 대응 속도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